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화류관

제 0 장

 

 

 

바람이 불어온다. 한 차례 깃발을 휘감고 여인네들의 치마를 펄럭이고 사라진 바람에는 잔잔한 사향 내음이 묻어나온다. 오가는 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고, 뱃전에서 손짓하는 자들의 입꼬리에 한껏 교태가 묻어난다.

 

화류관.

 

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알 수 없지만, 어느 날부터 풍악소리를 울리며 나타난 배는 바람을 타고 물을 타고 빠른 속도로 소문을 퍼뜨렸다. 절세의 가인들과 가무와 재치에 뛰어난 자들이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해준다는 소문. 중간땅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재의 강 한가운데 우뚝 정박하고 선 배는 낮이고 밤이고 붉은 등을 떠내려보내며 요괴들을 유혹했다.

 

 

지나는 이들에게 모두 한 철의 봄을 안겨주고 술을 따르며 노래를 선사한다.

교태를 입가에, 사랑을 손끝에 담고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.

 

 

누구라도 배척했던 반요들이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피어난 밤의 유곽.

상냥한 미소를 띤 배의 주인과 화려하게 치장한 오이란. 

말재주를 부리며 유혹하고 차갑게 내치는 아이들이 깨어있는 곳.

 

 

 

"자, 지불할 수 있다면 와서 즐겨봐. 이 곳의 밤은 끝나지 않아.

언제까지라도 좋아. 그 몸이 삶을 잊고 썩어문드러질 때까지라도 좋아.

이리로 와. 이리 와서 그 머리를 술에 담그고 세상을 잊어봐."

 

 

 

화류관의 또 다른 밤이 찾아온다.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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